[책, 그리고 생각들]
Impact of China’s Growth on the World Economy — Ray Dalio (‘19.8.6)
지난 500년간 패권국 간의 세대 교체 역사를 배경으로 현재 중국의 부상이 세계 역사에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Ray Dalio의 설명은, 지금의 국제 사회를 가장 크게 흔들고 있는 요소인 미-중 갈등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출발점이 되었다.
PPP기준 GDP로 중국이 이미 미국을 넘어 섰고, (뿐만 아니라, 생산, 수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equity, bond 두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역사적으로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일본 등 순차적으로 등장한 글로벌 패권 국가의 흐름을 보면, 미국에 이어 이제 중국의 등장이 확연한 상황
지난 5백년간 기존 패권 국가에 도전하는 새로운 패권 국가의 등장은 대부분 전쟁으로 이어졌는데, 다행히 20세기에는 전쟁의 가능성이 최소화됨
The Coronavirus Is Driving China and the United States Further Apart — Foreign Policy (‘20.4.3)
70년대 초 닉슨의 미-중 수교 이후 50년 간 꾸준하게 유지되어 온 미국의 우호적인 대중 정책에 힘입어 중국이 (안보에 대한 비용 부담 없이) 경제 성장을 이루어 G2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전의 중국 지도자들이 그러한 미-중 관계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조심스러운 부상’ 원칙을 지켜온 것에 반해 시진핑은 집권 이후 ‘G2 초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중 갈등이 시작되었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 것이 더 악화되어 현재의 갈등 상황에 이르렀다는, 단기적인 시각에서의 분석도 있고,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Ray Dalio가 해석하였듯이, 40년간의 냉전 체제 해체로 인하여 유일의 패권국이 된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G2로서의 위상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신흥 패권국으로서의 중국의 부상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세계사적인 충돌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의 대규모 침공을 물리치고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누리던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두 차례 30여년에 걸친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결국 모두 몰락하고 그리스 문명은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라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가 기술하였듯이,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 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진행한 ‘투키디데스 함정 프로젝트’에서 근대의 시작점인 1500년 전후부터 지금까지 서구에서 일어난 이러한 현상 모두를 분석하였고, 모두 16번의 경우 중 전쟁 없이 신흥 세력으로 패권이 넘어간 경우는 4번에 불과하다고 분석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세기 말 독일이 급 부상하며 영국 등의 패권에 도전한 것이 양대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고, 20세기 초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패권 이동은 다행히 큰 전쟁 없이 거의 50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50년간의 경제 발전으로 중국이 G2로 급 부상한 지금이 또 한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상황이 되어서 향후 50–100년 국제 질서 재편의 가장 중요한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책에서 보는 중국에 대한 시각은:
중국이 바라보는 세계
페어뱅크의 요약에 따르면, 중국 외교 정책의 기본은 세 가지 핵심 원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주변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갖겠다는 요구, 이웃 국가들이 중국의 내재적 ‘우월함’을 인식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이웃 국가들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휘하기 위하여 이런 지배력과 우월함을 기꺼이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바로 그 것이다.
수 백 명의 중국 관리들 (덩샤오핑 이후의 모든 지도자들을 포함해서)이 공유하는 세계관을 요약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마치 각 지역의 가신들이 조공을 가지고 베이징을 찾았을 때처럼, 중국이 다른 나라들 위에 군림하고 다른 나라들은 자기네보다 우월한 나라에 탄원을 올리는 입장이라고 여기는 세계를 떠올린다.” 이 서사에서 서양이 부상한 최근의 역사는 역사에서 변칙적인 시기에 해당한다. 중국이 기술도 군사력도 약한 상황에서 지배적인 제국 세력들과 맞닥뜨리게 된 탓이었다. 시진핑은 인민들에게 더 이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시진핑의 비전과 의지가 반영된 중국 정부의 현재 방향으로 보면 지금의 미-중은 collision course에 있는 두 개의 초강대국으로서 갈등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진핑에 대하여
시진핑은 격변하는 시대에 리콴유가 ‘강인한 영혼’이라고 부른 무기를 가지고 등장했다. 지금까지 시진핑을 다른 나라의 지도자와 비교한 시도들이 많았지만 리콴유의 비교가 가장 특이했는데, 그는 시진핑을 “자신의 불운함이나 고통이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하지 않는 엄청난 정서적 안정감을 지닌 인물”인 넬슨 만델라와 비슷하다고 했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시진핑의 비전 역시 강인한 의지가 투영되어 있었다. 그의 ‘차이나 드림’은 번영과 힘을 결합한 것으로, 미국의 세기에 대한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강력한 비전과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역동적인 뉴딜정책에 맞먹는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나 드림은 부유하고 강하고 존중 받는 중국이 되기를 바라는, 10억 중국인의 강렬한 열망을 담아낸 것이다. 시진핑에게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중국이 경제 기적을 중단없이 이루어 나가고, 애국심을 불어 넣고, 국제 문제에서 어떤 다른 세력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는다면 이 세 가지를 전부 다실현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이 놀라운 야망은 지금까지 중국을 관찰해 온 다른 사람들에게는 회의적으로 보였지만, 리콴유와 나는 시진핑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콴유가 말했듯이, “이 운명에 대한 새로운 자각은 압도적일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전쟁의 가능성이 아주 높기는 하지만, 패권국 들의 정책에 따라 충분히 전쟁은 피할 수 있으며, 중국의 특수성 (1500년 이전까지 오랜 기간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었던 역사가 있고, 동양 유교 문명 기반으로서 세력간의 ‘대립과 견제’에 익숙한 서구 문명과는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르다는 점 등)으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과정을 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중국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왕조 교체 및 그 중간 발생하는 춘추전국 같은 혼란기 대부분의 경우에도 패권 세력간의 세력 교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패권 세력 간의 질서 재편에 충분히 익숙할 수도 있다)
Ray Dalio, “The Changing World Order: Why Nations Succeed and Fail” (2020)
이러한 세계사적 전환점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위하여 Ray Dalio는 “The Changing World Order”라는 새로운 책을 쓰고 있다. (아직 집필 진행 중)
Chapter 1: The Big Picture in a Tiny Nutshell — Ray Dalio — LinkedIn
Chapter 3 — The Big Cycles Over The Last 500 Years — Ray Dalio — LinkedIn
특히 제 3장은 지난 500년간 네덜란드, 영국, 미국으로 패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전되었는 지에 대하여 철저하게 경제 및 기축 통화의 성장과 몰락 과정으로 설명함으로써, 한 국가의 성장과 몰락이 경제적인 흥망 및 군사적 충돌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에 대하여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도 그 시각에서 쓴 역사책인데, 세계 최대 규모 macro investor로 수십년 일한 Ray Dalio의 분석이 훨씬 더 경제와 자금의 흐름 시각에서 자세하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프로젝트'에서 분석한 서구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을 이해하는데에는 이 책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의 부제 “1500–2000년의 경제 변화와 군사 충돌”이 요약하듯이, 1500년 이후 500년간의 근대 역사에서 서구 강대국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부상하고 몰락 하였는 지의 역사를 보면, 패권국 간의 세력 교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어 나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1500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의 유럽 강대국 중심의 세력 구조 변화를, 단순히 왕조/정권 변화의 측면이 아니라 경제 발전과 이에 따른 (대부분 전쟁을 통하여 재편된) 전략적인 역학 관계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소련과 베를린 장벽 해체 이전인 1987년에 씌어져 공산권 블록의 영향력을 아직 의식해야 하고, 80년대 초반 중국의 막 부상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대국으로의 성장이 확정되기 전, 그리고 80년대 일본의 급 부상에 따른 미국의 위기 의식이 반영된 책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근대가 형성되고 이후 정말 잠시도 쉴 틈 없이 세력 간의 역학 관계가 바뀌는 과정과 그 배경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당연시 하면서 살아 온 최근 50년의 국제 정세가 역사적으로는 오히려 극히 예외적으로 평온하고, 세력 간의 구조적 변화가 크지 않았던 시대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의 결론에서 언급한 중요한 exerpt을 뽑자면:
정치와 외교의 세계는 일직선을 따라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책은 논지는, 주로 졍제적.기술적 발전에 의해 주진되는 변화의 역동성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 변화는 다시 각 국가와 제국의 사회 구조.군사력.정치 제제 및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같은 세계 경제의 변화 속도는 일정치가 않았다.
이 책의 두 번째 논지는, 고르지 않은 경제 성장 속도가 각 국가의 상대적인 군사력과 전략적 위치에 아주 중요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는 것이다.
국제체제에 관한 한 부와 힘, 즉 경제력과 군사력은 항상 상대적이며 상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정부적인 세계 질서 내에서의 강대국들의 ‘흥성’과 ‘쇠퇴’가 항상 전쟁으로 귀결되는 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대부분의 역사 문헌들은 ‘전쟁’과 ‘강대국 체제’가 서로 맞물려 있다고 가정한다. 신 중상주의와 지정학적 사상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인 매킨더는 “역사상 대 전쟁들은…. 국가간의 불균등한 성장의 직.간접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심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류가 또 다시 파멸적인 강대국 전쟁을 치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19세기에도 이같은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 간의 전쟁이 핵전쟁이 되건 재래식 전쟁이 되건 분명한 것은 현재 균형 상에 중요한 변모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변모 속도가 어느 때보다도 빨라지리라는 점이다. 더구나 이같은 변모는 경제적 생산과 전략적 힘이라는 서로 별개이면서도 상호 작용하는 두 개의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사서를 지금 미-중 대립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서유럽에 문화적 근간을 두는 미국과 동양에 문화적 근간을 두는 (그리고, 1500년 이전까지는 1,000년 이상 글로벌 유일의 패권국가였던) 중국은 그 문화적 배경의 차이 때문에, 서유럽에서 일어났던 패권국 간의 세력 교체와는 다른 양상을 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조금 오래되어 그 내용이 전부 유효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 질서의 변화를 ‘문명의 충돌’로 해석한 시각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소련 붕괴로 냉전이 해체된 직후인 ‘90년대 후반 발표되어, 국제 질서의 역학 관계 변화를 문명 간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 주목받았다.
냉전 해체 이후, 세계는 저자가 6개로 나눈 주요 문명군 중심으로 대립과 역학 관계의 변화가 확대될 것이고, 이 시각에서 국제 질서의 변화를 해석하고 정책 설정을 해야 한다는 시각.
문명, 국가, 민족 중심이 아닌 이데올로기 중심으로 다양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수많은 세력들이 두 초강대국이 리드하는 두 그룹으로 단순화된 구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40년간의 냉전 체제가, 어쩌면 1500년 이후 약 500년간의 근대 역사에서의 국제 질서의 흐름 중 가장 예외적인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봄.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몇 가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이 발간된 1996년이 냉전 종식이 된지 5년 정도 밖에 안 된 시점이라 아직 소련/러시아 및 냉전 체제의 영향력을 전혀 무시할 수 없었을테고,
중국에서 70년대 말 등소평이 집권하여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20년이 채 안 되는 시점이라 그 이후 이룬 경제 성과에 대한 예측이 빠진 상태라서 중국의 G2 부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상당히 큰 비중을 두었고, (일본을 ‘6대 문명’의 하나로 간주할 정도로 비중을 둔 것도 이러한 ‘초 강대국으로서의 일본’ 시각에서 온 편견일 수도 있다고 봄)
이슬람 세력의 부상 및 이에 따른 분쟁/충돌을 상당히 과대 평가한 점
등이 책 발간 2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이 책의 한계로 볼 수 있지만, 문명이 과거 오랜 역사에서 그랫듯이 지금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은 대체로 유효하다고 본다.
중국이 G2로 부상하여 기존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여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현재의 큰 흐름이, 스페인 → 네덜란드 → 영국 → (독일의 도전과 실패) → 미국으로 이어진 서유럽 중심의 패권 국가 교체 패턴을 통하여 해석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중국이라는 새로운 도전자의 특징 (1500년 이전까지 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였던 역사, 서유럽 그리스도교 세력의 아닌 동양 유교 세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500년 이후 국제 질서가 주로 서유럽 & 그리스도교 세력 간의 이합집산으로 이루어져 온 500년간을 근대사로 보는 시각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을 거라고 추정된다.
그 점에서, 새뮤얼 헌팅턴이 25년 전에 미-중 간의 패권 갈등에 대하여 예측하였던 내용을 보면, 향후 몇 십년 내지 100년에 걸쳐 국제 질서가 어떻게 재편되어 갈 가능성이 있는 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분석가들은 중국의 등장을 19세기 후반 유럽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빌헬름 치하의 독일에 비유한다. 새로운 패권국의 출현은 늘 고도의 불안을 야기하지만, 중국이 패권국으로 떠오를 경우 그 것은 1500년 이후 세계 역사에 등장한 모든 패권국들을 초라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이 세계를 뒤흔들면 세계는 새로운 균형을 되찾기까지 30–40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그저 또 하나의 열강일 뿐이라고 깎아 내려도 소용없다. 중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주역이다” 1994년 리콴유는 이렇게 평가했다.
국가들은 새로운 강국의 출현에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 또는 둘의 조합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혼자 또는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어서 신흥 강국을 견제 및 억제하며, 필요하다면 전쟁까지도 불사하면서 자신의 안보를 지키려고 시도할 것이다. (‘견제’) 아니면, 신흥 강국에 편승해 적응하면서, 자신의 중요한 이익을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아래 신흥 각국과의 관계에서 이차적 지위 또는 종속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편승’)
유렵의 근대사에서는 견제 행위가 일반적 관행이었다. 요컨대, 유럽식 국제 사회 모형은 유럽식 국내 사회 모형의 확대판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편승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며…. 반면에 아시아의 관료주의 제국은 사회적, 정치적 다원주의나 권력의 분산을 위한 틈새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유럽과 달리 중국에서 편승은 견제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은 대체로 국제 관계에서 위계를 수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으며 유럽식의 헤게모니 전쟁은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찾아 보기 어렵다. 유럽 역사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원활하게 기능하는 세력 균형 체제가 아시아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이 책 결론 부분에서 설명한 1991년 싱가포르 정부가 발간한 백서 내용을 보면, 지금 코로나19 사태의 과정에서 불거진 동양과 서구의 대응의 차이에서 드러난 두 세계의 문화와 가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1991년) 발표된 백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을 집약해 놓았다. 백서는 ‘개인의 존중’이라는 항목을 하나 덧붙였다. 서열과 가문을 중시해 족벌주의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유교적 가치관과는 달리 싱가포르 사회에서는 개인의 특성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백서는 싱가포르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공동체 (인종)에 우선하는 국가. 개인에 우선하는 사회
2. 사회의 근본 단위로서의 가정
3. 개인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의 지원
4. 대결보다는 합의
5. 인종 간, 종교 간 화합
물론 이러한 동양적 가치가 post-코로나19의 새로운 질서에서 어떻게 받아 들여지고 발현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지만, 최소한 지난 500년간 지속되어 온 ‘서구의 동진’ 혹은 ‘서구의 세계 지배’가 지금부터의 100년 후에는 아주 다른 형태로 변해 있을 것이라는 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이 것이 우리가 지금부터 짧게는 몇 십년, 길게는 100년에 걸쳐 일어날 큰 변화에 대하여 어떤 시각으로 보고 해석하고 준비할 지에 대한 단초를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Subscribe to Two Cents:
Two Cents published on Substa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