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Cents #69] “2세대 모델”과 그 너머 — 초기 투자자로서 Consumer AI 투자 기회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더
초기 투자자로서 Consumer AI 시장에서의 큰 기회에 대한 기본 thesis는 소위 “2세대 모델”이다. 즉, “(구글, 네이버와 같이) 업계의 근본적 지각 변동을 가져 오는 ‘큰 성공’은, 기술, 인프라 뿐 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무언가, 특히 ‘비즈 모델’등이 새롭게 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생각이다.
AI에서의 “2세대 모델”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탐색해 보기도 하였지만, Consumer AI의 “2세대 모델”은 여전히 몇 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본격적인 Consumer AI 기회의 문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Consumer & AI 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초기 투자자와, AI 기술의 특성, 시장에서 AI가 새롭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 이에 기반한 전반적인 투자 전략 등에 대하여 넓고 깊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Consumer AI 분야에서 찾아야 할 기회에 대하여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던 몇 가지 생각을 좀 더 정리하게 되었다.
B2B AI 시장에 대해서만큼 잘 정리되지는 않은 내용이지만, Consumer AI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너무 많은 것이 유동적이고 모든 게 새로 정리/정의되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이 정도의 시각이 최선이라고 본다.
[공지 사항] AI Pitching & Mentoring
더 많은 AI 스타트업들과 만나서 Two Cents에서 공유하는 AI 관련 생각들을 나누는 기회를 위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름하여 AI Pitching & Mentoring.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고민하는 이슈에 대하여서는 최대한 제가 드릴 수 있는 피드백, 조언 등을 드릴 수 있는 멘토링을, 그리고,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된 스타트업을 위해서는 저희 HRZ 대상으로 피칭하는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 두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멘토링인가, 피칭인가에 따라 제 스스로 창업자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굳이 구분해 보았습니다.
대상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AI 스타트업과 창업자 입니다. 신청하실 때 회사의 1줄 소개와 pitch deck을 공유해 주시면, 그 내용을 보고 별도로 시간을 잡을 수 있는 링크를 개별 연락처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링크 내의 가능한 시간으로 예약하시면 됩니다.
HRZ는 기본적으로 시리즈 A 정도 단계의 스타트업에게 $1~5m 규모의 투자를 하는 초기 VC이기 때문에, 피칭은 이 정도 단계의 스타트업이 신청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hrz.vc/)
목표는 매주 1개 회사 이상, 최대 3개 회사까지 진행하려고 하며, 앞으로 당분간 계속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신청하는 곳이 많으면 모든 회사에게 기회를 드리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각 세션의 시간은 기본적으로 45분입니다. 기본적으로는 Zoom 미팅으로 진행하며, 필요한 경우 대면 미팅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AI Pitching & Mentoring에 관심있는 스타트업은 아래 링크로 신청 부탁드립니다.
https://bit.ly/aipitchnmentor (← 신청하는 곳)
1. “AI는 (웹, 모바일에서와 같은)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
웹 기술의 속성을 보면, 기본적으로 정보의 유통 (”distribution”)에 근본적 변화 (”democratization”)를 가져왔다.
모바일 기술은, 이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웹과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지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웹의 속성을 더 강화하는 incremental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정보의 유통을 ‘붙박이 형태의 PC’에서 ‘늘 연결되고 늘 이동하는 모바일 디바이스’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정보 유통의 근본적 변화”를 더 넓고 깊게 확산시킬 수 있었지만, 모바일 기술이 “정보 유통의 변화”라는 속성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웹/모바일이 가져온 정보의 유통 (“distribution”)에 대한 근본적 변화는, 이후 “Great Unbundling” 과정을 통하여 기존 (미디어 회사, 통신 회사 등) incumbent를 해체하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aggregator들을 만들어 내었다. (이를 Ben Thompson는 Aggregation Theory로 정리하였다.)
Aggregator Model
New Aggregators
2. “AI가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의 양태는 (웹, 모바일 보다는) PC에 더 가깝다”
이에 비해, AI 기술이 가져올 근본적 변화는 유통 (”distribution”)이 아닌 다른 속성에 대한 것이며, 이는 웹/모바일 보다는 그 이전 세대의 PC 기술이 가져 온 변화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웹과 모바일 기술이 ”정보의 유통”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 오고, 웹/모바일을 통하여 가능하게 된 “새로운 정보의 유통 구조”에 다수의 사용자가 모이면서 강력한 유통 파워를 가지게 된 (중간 단계의) Aggregator들이 새 “플랫폼”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이들 “플랫폼”들이 웹/모바일 지평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에 대비하여, AI는 “이해 (분석, 요약)”과 “생성 (추론)”을 통하여 (edge에서의) “empowerment”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으로 70년대 및 80년대 PC가 가져 온 변화와 유사한 형태를 띈다.
이 “empowerment”의 속성, 특성에 따라, AI가 보편화되면서 사용자들에게 가져 올 가치의 구조와 양태가 달라질 것이며, 이는 “이해” “생성”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3. “서비스/제품으로 충족되는 소비자의 진짜 가치”
Venture scale return을 가져 올 투자 기회는, 표면상으로 보이는 서비스 양태보다는 “그 서비스/제품으로 충족되는 소비자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이해할 수 있다.
초기에 ByteDance 투자 검토하였던 VC가 “이는 단순한 개인화 뉴스 서비스의 하나”라는 평가를 내리며 투자하지 않았던 경험은, ByteDance의 핵심이 (”뉴스 서비스”가 아니라) “초 개인화된 실시간, 대용량 추천 알고리듬”이라는 핵심 가치를 놓친 셈이다.
ByteDance의 첫 서비스 “Today’s Headline (今日头条)”의 핵심은, 특정 (여기에서는 “뉴스”) 서비스가 아니라 (특정 서비스에 한정되지 않는) “초 개인화된 실시간, 대용량 추천 알고리듬”이었으며, 이 것은 두 번째 히트 서비스 Douyin/Tik Tok를 다른 여러 short form 서비스와 차별화한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뒤돌아 보며 이렇게 이야기하긴 쉽지만, 그 시점에 ByteDance의 초기 투자 검토를 하였다면 나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 “everyone is 20/20 in hindsight”)
그러면, AI 기술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진짜 가치 (거꾸로 이야기 하자면 “killer app”)는 무었일까?
70 & 80년대 초기 PC의 killer app은, 개인에게는 단연코 게임이었지만, 기업에서는 Spreadsheet이었고 (Apple II VisiCalc, IBM PC Lotus 1-2-3), 이 툴의 생산성때문에 기업들이 초기에 $2~3,000에 달하는 PC를 구입하는데 상당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워드프로세서가 핵심 앱이 된 것은 그 몇 년 후)
AI 분야에서 (Spreadsheet에 해당하는) 기업 입장에서의 killer app, 그리고 (게임에 해당하는) 개인 입장에서의 killer app은, 현재 단계에서는 아직 (PC 시대의) spreadsheet 만큼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candidate가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현재까지는 Devin, Cursor 등 coding agent 인 듯 하다)
그리고, (Consumer AI 시장에서 중요한) 개인 입장에서의 killer app은 아직 ‘게임’만큼 명확한 것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Midjourney 등에서의 이미지 생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나는 이 것을 개인 용도의 killer app이라기 보다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용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엄밀하게는 B2B tool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개인 입장에서의 killer app은, 향후 Consumer AI 시장이 본격화될 때 가장 시장에서 주목받는, 어쩌면 (90년대의 구글같이) 완전히 새로운 큰 생태계를 만드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Don’t make early bet/conclusion in this new space of AI. You’d better have NO perspective these days YET”
새로 등장한 disruptive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와 경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기술, 인프라, 새로운 비즈 모델 등의 여건이 충분히 만들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2세대 모델”)
그리고, 그 몇 년 후의 Second Wave에서 (Facebook, Tik Tok 같은) 다시 “시대를 새로 정의하는 스타트업”들이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웹, 모바일 시기에 그랬듯이.
(Source: “AI: The Coming Revolution” — Coatue)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AI는 웹이 처음 등장한 95~96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2007~08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현 단계에서 AI 분야, 특히 Consumer AI 투자자로서의 자세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Don’t make early bet/conclusion in this new space of AI”
“You’d better have NO perspective these days YET”
그러면서, 결국 등장할 (First Wave 시기의) 구글, 우버, (Second Wave 시기의) Facebook, Tik Tok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정말 많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제품, 기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AI라는 새로운 Inflection Point에서, 기존에 가능하지 않았던, AI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진 것들에 대한 Insight”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5. AI Inflection Point에서 새로 가능하게 될 것들에 대한 Insight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새로운 스타트업은, (disruptive 기술로 촉발된) Inflection Point에서 (disruptive 기술에 의하여) 기존에 가능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새로운 기회를 통하여 발생하며, “새로이 가능하게 된 새로운 기회에 대한 Insight”가 그 새로운 스타트업의 thesis가 된다.
웹 시대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그랬고, 모바일 시대에 Uber/Lyft, Twitch, Tik Tok이 그랬듯이.
Uber/Lyft의 예 (Source: Pattern Breakers)
(사족: 이러한 스타트업들을 Pattern Breaker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는, (웹/모바일에서 그랬듯이) AI라는 새로운 Inflection Point에서 “시대를 새로 정의할” 스타트업을 어떤 생각의 framework으로 만들어 나갈 지 그 path를 보여 준다. AI 시대의 창업자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아쉽지만 아직 번역본은 없다)
PC, 웹, 모바일, AI의 각 기술 단계에서, 이 기술들이 사회에 가져 온 (기존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이 기술로 인하여 비로소 가능해진) 변화의 본질을 각각 짚어 보면, 그 성격이 조금씩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PC: 지식 노동자의 단순 반복 작업 자동화 (Spreadsheet을 상상해 보자). 새로운 유형의 엔터테인먼트 장치 (게임)
웹: 정보 유통의 democratization, 정보 생성의 zero marginal cost, 정보 유통의 zero marginal cost (모두 글로벌 스케일로)
모바일: always connected, 실시간 위치 파악, supercomputer at everyone’s hand …
같은 맥락에서, AI라는 새로운 Inflection Point에서 “기존에 가능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가능해지게 됨으로써, 시장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동인 (Insight)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만들어 내는 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창업자들이 만들어/거쳐 가야 할 과정이라고 본다. (위의 Uber/Lyft 예와 같이)
과제은, 이러한 새로운 “empowerment”를 기반으로 “기존에 가능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가능해지게 됨으로써, 시장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올” 동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타트업 기회를 찾아 내는 것이다. 특히 Consumer AI 시장에서 이러한 thought process가 새로운 기회에 대한 탐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나와 같은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생각의 흐름은 앞으로 계속되면서 새로운 insights가 새로운 스타트업과 함께 지속적으로 등장하겠지만, 그 첫 번째 시도를 한번 해 보면:
다시 돌이켜 보면, 웹과 모바일 기술이 유발한 ”정보의 유통에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존 incumbent를 대체하는 aggregator들이 새 “플랫폼”으로 등장하여 시장을 장악하였다. (구글, 페이스북, Tik Tok 등)
이에 대비하여, AI는 “이해 (분석, 요약)”과 “생성 (추론)”을 통하여 (edge에서의) “empowerment”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 “empowerment”를 좀 더 구체화해 보면 다양한 형태 (multi-modal: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로 표현된 ‘지식’에 대한 “이해 (분석, 요약)” 및 “생성 (추론)”이라고 본다.
지식 X 이해, 생성
지식 ⇒ 텍스트 + multi-modal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 음악, 애니메이션 …)
(abundant) 지식 → 이해, 분석, 요약
(scarce) 지식 → 추론, 생성이러한 지식에 대한 이해와 생성/추론이 다양하게 결합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behavior”가 등장 (emergence)하면서, 기존에 가능하지 않던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인간의 대리인 (agent) 역할
학습에 의한 self-improvements
…
이러한 것들이, AI로 인하여 비로소 가능해지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단초 (Insight)를 줄 수 있을 것이고, 이 것들이 세기를 바꿀 새로운 스타트업의 thesis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기회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가능해질/만들어질 사용자의 behavior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다.
카테고리 별 새로운 behavior 가능성에 대한 탐색:
(현재로서는 카테고리 정도만 설정하고, 다음 단계의 insight는 play by ears 해야 할 듯)
쇼핑
Everything being taken care of in background → 모든 사람들에게 여러 개의 개인 assistant (클라우드 & edge device에 상주하는)
놀이: passive, active
일상적 업무: 읽기, 쓰기, create, 분석/요약, comm …
일상 생활: 청소, 출퇴근, 운동하기, 이동 …
(TBC)
이러한 mental exercise를 이전에 해 본 적도 있지만 ([Two Cents #65] AI-native 서비스 (“2세대 모델”)에 대한 좀 더 많은 생각),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듯 하다.
위와 같은 mental exercise를 통하여, 그리고 많은 시도들 (스타트업, 기술 모두)에 대하여 찾고 논의해 보면서 지속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 그리고 나 같은 초기 투자자 모두.
Consumer AI 시장의 기회에 대한 탐색은, 아직은 구체화하기 정말 어렵다. 오히려 당분간 의도적으로 더 구체화하지 않고 가능한한 많은 새로운 것들을 찾고,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보다 넓은 기회에 대하여 문을 열어 놓기 위하여.
많은 창업자들과 같이 이러한 기회를 발견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