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Cents #96] “Consumer (AI) 서비스 만들기”에 대한 생각들
배경
Consumer AI 서비스를 만드는 창업자와 얘기를 나눈 과정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하였는데, 그 주제가 Consumer AI뿐만이 아니라 과거 Consumer 서비스를 구축하던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했던 질문이 대부분 반복되고 있다고 느껴서, 그 내용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AI에 특정된 이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Consumer 서비스를 구축할 때 어떤 생각와 접근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기준, 원칙들은 AI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에도 거의 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제를 [Two Cents]에서 다루는 것은, 이제 AI 분야에서 Consumer를 위한 서비스가 본젹적으로 등장할 시기가 되었다는 판단에서이다. LLM 및 인프라의 완성도, 다양한 비용 및 구조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 기반, (prompt engineering, RAG 수준을 넘어서) 이제 복잡한 소비자 워크플로우를 실현할 수 있는 multi agent network 구조, (OpenClaw 구조로 대변되는) 새로운 소비자 접점 구조의 등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본격 등장하는데 충분한 수준의 하부 구조 및 환경이 준비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첨언:
이 글을 보고 “아, 나와 나누었던 대화이구나” 생각하시는 창업자 분은 “다른 창업자들을 위하여 나의 경험을 나눔하였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이다”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많은데, 실은 “…라고 생각한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너무 많아서 글의 간략함을 위하여 (의도와 다르게) 단정적인 표현을 계속 사용하였다.
PMF를 찾는 과정: demand pull vs. tech push
“에이전트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서 미국 시장에서 시도해 보고 있는데, 일단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도 많이 등장하였고 또 생각보다 사용자들의 리텐션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 제품을 만들어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첫 번째 단계, 즉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고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공급자 관점의 측면을 먼저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특히 AI가 너무 놀라운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의 사용자,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AI로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 더 집착하고 obsessed 되는 경향이 강한 듯 하다.
다른 경우에 사용되는 표현이긴 하지만 ‘Tech Push vs Market Pull’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경우에 적용하면 ‘Demand Pull vs Tech Push’라고 표현할 수 있다. 소비자 서비스는 항상 demand pull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자 스스로를 ICP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생산성 도구, DevOps의 예와 같이) 창업자 스스로 ICP 전체라고 확신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창업자가 ICP인 경우는 아주 드물다.
“초기에는 반드시 개삽질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여러 인프라 (예: 필요한 인프라, 툴 등)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아서 이것을 어떻게 만들면서 가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소비자 플랫폼들도 처음 시작할 때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배달의민족이 처음 식당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식당 리스트를 확보하기 위하여 피자집과 중국집 전단지를 모아서 직접 입력했던 것은 워낙 잘 알려져 있다. 배민에 대하여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는, 초기에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식당에 전화를 걸어 그 주문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였고, 이 방식을 생각보다 오랫동안 운영했다는 점이다. 이를 자동화하기 위하여 먼저 식당에 주문을 출력해 주는 소형 프린터 설치를 시도하였고, 궁극적으로는 식당 POS의 직접 연동을 통하여 (우리가 흔히 듣는 “배달의민족 주문~ 배달의민족 주문~” 음성과 함께) 주문이 온라인으로 바로 전달되도록 만들기까지, 5년 이상 아주 오랜동안 직접 주문 전달을 위하여 최대 몇 백명 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하였다.
미국 Doordash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작할 때 창업자가 직접 팔로알토 지역 식당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영입을 했고, 초기에 들어오는 주문을 직접 전화로 전달해서 처리했던 것도 배민의 경우와 똑같다. Uber 초기에 드라이버들을 모집했던 것, Airbnb가 초기에 호스트들을 모집했던 것도 모두 비슷한 방식이었다.
이것을 우아하게 “two-sided marketplace에서 공급자 측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높기 때문에 여기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실상은 부족한 인프라/툴이 만들어지기까지 초기 창업팀이 몸으로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면, 그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구조적인 인프라나 하부 구조, 혹은 공급자 등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인프라 하부 구조나 supply chain 구축을 기다리는 것은 “초기 traction을 만들지 못하여 실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다는, 소위 “맨땅에 헤딩” 하면서 충분한 사용자 풀이나 수요가 구축되어 자연스럽게 공급선 혹은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속된 말로 “바닥부터 개삽질을 하면서” 그것을 구축해 가야 한다.
Inference 비용 고민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인퍼런스 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소비자들에게 처음부터 과금을 하자니 가입 및 conversion이 아주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인퍼런스 비용을 직접 다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커서 고민이 큽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는, 많은 경우 초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위 비용이 생각보다 높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예: 초기 펀딩, 편법 해결책 등) 다양하게 만들면서 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와 소비 트래픽이 만들어지면서 비용이 내려갈 때까지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토스인데, 잘 알려져 있듯이 토스는 초기에 은행 계좌 간의 P2P 송금 서비스로 시작하였는데, 초기에 어떤 방식으로 그 서비스를 제공했는가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토스가 초기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프라로 활용한 것이 국내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CMS(자금관리서비스) 시스템이다. CMS는 원래 기업 간의 자금 송금과 이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공된 인프라였기 때문에, 은행이 아닌 일반 기업도 가입해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 한 가지 이슈는 CMS를 통해 한 번 송금할 때마다 대략 300~500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토스는 초기에 소비자의 단돈 1,000원 송금도 그 CMS 비용을 직접 부담하며 서비스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가 모인 후 토스는, “핀테크 기업이 오픈뱅킹을 통하여 금융결제원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내었고, 이를 통하여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을 현저하게 낮출게 되었다.
이것의 의미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구조가, 현재,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혹은 일정 수 이상의 사용자와 트래픽이 모인 이후의 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비용이 변화할 수 있는 추세 곡선을 미리 계산/추정하고, 그에 대한 준비 (예: 제도 변화를 위한 활동)도 병행하면서, 이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확보를 병행하면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 점이 이야기하고 싶은 두 번째 측면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모든 시도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 사업을 펼친 이후 그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한 의사 결정 및 준비도 같이 필요할 것이다.)
Inference 비용에 대해서도 아마 비슷한 방식으로, 일정 시간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거나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Inference 비용은 토스의 경우와 달리 ‘규제 불확실성’이 아주 낮기 때문에 그 해결책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더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1) SOTA LLM의 성능은 계속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지만, 비슷한 성능에 필요한 OSS LLM의 inference cost는 꾸준히 내려가고 있고 (source에 따라서는, 매년 90% 감소한다고 보는 곳도 있다), (2) edge AI, 자체 inference stack 운용, ‘스마트 라우팅’ 등 많은 기술적인 해결책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등등.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비용 통제에 대하여, 지금 현재의 상태의 구조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시장의 구조 변화, 비용 구조의 변화 등에 대하여 예상/추정하면서 (”moving taget”), 그 moving target에 맞추어 내 서비스의 기술/비융 구조를 어떻게 진화시켜 나간 것인가에 대한 long-term 방향을 추정하고, 이에 따른 계획을 만들고 그 실행을 tracking하고 적응해 나가면 그 답을 찾아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펀딩을 잘 계산하고 미리 확보하는 것을 포함하여.
기술보다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 demand pull vs. tech push. Again.
“지금 만들고 있는 에이전트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키고,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쓰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큽니다.”
이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생각은:
소비자들에게 “당신의 다양한 일을 처리해 줄 수 있는 AI agent입니다”라고 포지셔닝하기보다는, “여러분이 원하는 음식 배달을 신경쓰지 않아도 가장 저렴하고 가장 편리하게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포지셔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러한 소비자 대상 서비스로서, 초기에는 쇼핑보다는 음식 배달, ride hailing등의 서비스로 시작하는 것이 좀 더 용이해 보인다. 쇼핑의 물류, 재고 관리 등 복잡한 백엔드 이슈가 거의 없고, 공급사 리스트 및 그 연결 접점을 확보, 소비자가 느끼는 명확한 가치 (나의 주문 습관 기억, 여러 배달 서비스 중 최저가/최단 배달시간 선택 등)를 상대적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
앞서 언급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할 것인가 (demand pull)’보다 ‘내가 무엇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는가 (tech push)’에 더 집중한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인데, 소비자 대상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소비자가 이것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느낄 까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동시에 이를 (공급자의 언어가 아닌) 소비자의 언어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기술적으로는 agent 기능이 서비스 구조의 핵심이지만, “이러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에이전트입니다”라고 소개하기보다는 “여러분이 원하는 음식 배달 혹은 차량 호출을 가장 편리하게, 가장 저렴하게, 혹은 여러분의 니즈에 가장 잘 맞추어서 제공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소비자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가치 중심으로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나도 이전 창업 과정에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기술 기반 창업가들이 흔히 하기 쉬운 실수이기도 하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하게 제공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기보다, 얼핏 보기에 우아해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치 제공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을 10분 더 빨리, 혹은 10% 더 싸게 배달 받을 수 있는데, 나는 전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 형태로 시작하는 것.
이를 통해, 아주 작더라도 ‘열광적인’ 초기 소비자들을 모으고, 이 것이 주위에 점진적으로 확산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 (id, 취향, 선호, 거래 데이터 등)을 쌓아가는 것이 소비자 대상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비교할만한 예로 Poke.com서비스가 있는데, 내 시각에서 Poke는 “자본이 풍부한 미국 시장에서 top down으로 정의한, 아주 멋있어 보이는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이 서비스가 Consumer 시각에서 “얼마나 와닿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을 가지면서 관찰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3/4선 도시 소비자를 위한 할인 공구 서비스”가 그 본질인 Pinduoduo (PDD) 서비스의 identity, value prop을 Poke와 비교해 보면 그 의미가 더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일반화하여 이야기하면, 미국 Consumer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미국 시장이 B2B 중심으로 시장이 먼저 크게 만들어지다 보니 소비자 서비스에 대한 상상력 부족 (이는 대체로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경쟁 환경의 결과이기도 하다)과 결합하여 생산성 도구에 머무는 경향이 꽤 강하고, 중국 Consumer 스타트업은 “정말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소비자의 mind-share를 얻기 위하여 맨바닥부터 시작하는 playbook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Consumer AI 서비스에 대하여 아주 “creative”한 경향이 강한 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납득시키고, 쓰게 만들까?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키고, 또 어떻게 쓰게 만들면 좋을까요?”
“어떤 기능을 소비자가 원할지, 사실 소비자들이 아직 에이전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자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어떻게 추가해야 소비자들이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모든 서비스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테스트를 시켜보기도 쉽지 않고, 최소한의 빌딩 블록 형태의 구성 요소를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방식도 소비자들이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OpenClaw agent 구조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와 같은 구조가 되어야만 현재 쿠팡, 아마존, 네이버와 같이 대형 컨슈머 서비스가 과점 형태로 독점하는 서비스와 데이터, 로그인 정보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구조/유형의 컨슈머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비자 접점에서 (OpenClaw 구조의) 에이전트가 기본 구조가 될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재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OpenClaw 구조 에이전트 서비스 들이 주된 소비자 대상 서비스/플랫폼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는 현재 형태로서의 그 구조가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현재의 모바일 앱, GUI 기반 웹 서비스가 다 없어지고 리눅스의 CLI UX를 써야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고, 일반 대중들은 이것을 절대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맥락에서, 이러한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기술적 구조”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플랫폼으로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예를 하나 들어보면:
요즘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했겠지만, ‘네오위즈’라는 회사가 90년대 후반에 급성장을 하고 IPO까지 가는데 결정적인 서비스는 ‘세이클럽’ 채팅 서비스였다. 세이클럽이 제공하는 채팅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리눅스 CLI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사용해 온 IRC (Internet Relay Chat) 서비스에 웹 인터페이스를 입힌 것이다.
이것을 개발한 현재 VoyagerX 창업자 남세동 대표는, 네오위즈에서 일하면서 카이스트 학생 시절 애용하던 IRC 챗을 일반인들도 쉽게 쓸 수 있게 웹 기반으로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세이클럽 웹 채팅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세이클럽이 가능하게 해 준 핵심 기능, ‘실시간으로 낯선 사람과 문자로 채팅하는 공간’은 당시 90년대 후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사람과 만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대화 채널 (comm) 역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social) 공간 (platform) 역할을 해주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었다. 하이퍼커넥트 아자르 서비스도 기술적으로 뜯어보면, 이 IRC 챗 서비스의 비디오 버전을 만들고 그것을 모바일 앱 형태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하이버커넥트를 창업한 안상일 대표가 세이클럽 초창기부터 네오위즈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이 아자르 서비스가 결코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imply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이클럽 서비스에 필요한 기반 기술, 즉 IRC 기술 자체는 네오위즈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다. 이는 아자르도 비슷하다. (이 표현은, 그 서비스로 만드는 과정을 과소평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웹 기반으로 대규모 채팅 서비스를 만들고 (그 것도 90년대 후반에), 실시간 비디오 채팅을 글로벌 스케일로 서비스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기술은, 실제로 IRC 기술 자체보다 더 난이도 높은 엔지니어링 작업이다.)
이는 컨슈머 대상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반 기술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드냐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그 시점에 현존하는 기술을 어떻게 잘 조합해서, 소비자가 가장 잘 받아 들일수 있는 형태로, 그리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주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더하기 vs 빼기” — 소비자 경험에의 집착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소비자 대상 서비스를 기획하는데에는 “무엇을 더 할까” 보다 “무엇을 뺄까”의 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소비자 대상 서비스 기획에서 ‘어떤 기능을 소비자들이 필요로 할 테니까 이런 새로운 기능을 넣을까, 저런 새로운 기능을 넣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나도 그런 시행 착오를 많이 겪었고.
하지만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보다 ‘무엇을 뺄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이는 이 서비스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가 무엇인가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것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이 처음 만들어지고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WhatsApp이라는 서비스가 보여준 virality, 그리고 메신저의 단순함, 두 가지였다고 본다.
WhatsApp의 처음 등장과 함께 폭발적 성장을 이끈 가장 핵심 기능은 모바일 주소록을 바로 읽어들이고 (이때만 해도 “default opt-out” 개념이 약했다), 이를 기반으로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이 자동으로 WhatsApp 친구로 등록되는 기능이었다. 카카오톡도 WhatsApp의 이 virality 기능을 똑같이 구현하여 초기에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었고, 이것이 초기 카카오톡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WhatsApp, 카카오톡 모두 오랫동안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 주고받는 기능 자체에 아주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와 비교되는 것이, 당시 카카오톡에 투자를 검토하다가 카카오톡과 경쟁하는 메신저를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한 모 통신사의 사례인데, 당시 경쟁 메신저 기획서는 개발을 시작하기 전부터 메신저 기능뿐만 아니라, 메신저를 통한 쇼핑 그리고 소셜 기능을 통한 콘텐츠 공유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소비자향 기능들이 이미 다 포함되어 있는, 거의 포털 수준의 메신저였다. 그 회사 내에서 이 메신저 기획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이 되었을까 상상해보면 그리 놀랍지는 않은데, 아마 논의 과정에 참여한 모든 임직원들이 낸 “이런 기능을 넣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거부하지 못하고 모두 반영한 결과가 애초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서비스 기획으로 귀결되었다는 생각이다.
반면 카카오톡, 그리고 Whatsapp은 더더욱 그 후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본적인 메신저 기능에 충실하였다.
물론 기능을 뺀다고 그 서비스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이 기획될 때 이미 네이버 내에서도 경쟁 메신저 프로젝트가 약 3개 있었고, 다음커뮤니케이션즈에서도 2개 이상의 경쟁 메신저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고, 결과적으로 그중 어느 곳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몇 년 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도한 Line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긴 했지만)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되, 이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 소비자 행태가 어떻게 (서서히) 진화해 가는지 등에 대해 면밀히, 꾸준히, 경우에 따라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을 면밀히, 꾸준하게, 끈기있게 지속하는 것이 시장에서 우위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너무나 당연한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특히, 소비자의 변덕처럼 보이는 변화도 놓치지 않고, 필요하면 그에 대한 대응을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아주 작은 detail에서 소비자가 “어머, 이런 것도?”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예: 쿠팡의 ‘swipe 결제’ 경험), 매시간/매일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작은 변화/경험이 누적되어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 내거나 (예: 지마켓 성장기를 이끈 구영배 대표와 같이) 등, 소비자 경험에의 집착, 꾸준함, 이를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끈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바침할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운이 작용한다.
많은 창업자가 스타트업에서 ‘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큰데 (나도 과거에는 그랬고), 실제로는 ‘운’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운’이라고 표현하는 요소들은, 실제로는 tech shift와 같은 기술 흐름 (인터넷/웹, 모바일의 등장), 그에 따른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림 (2010~2013년에 집중된 모바일 유니콘의 탄생), 자본 시장에서의 macro 자본 흐름 (2008년 GFC 해결 과정에서의 급격한 유동성 공급 영향으로, 이후 10여년간의 consumer 스타트업 시장 부흥. 2020-2021년에 갑자기 끝난.), ‘Black Swan’ 이벤트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GFC) 등의 macro 시장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의미는, 단순히 ‘운’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맡기기 보다는, 이러한 매크로 시장 흐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흐름이 나의 스타트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90년대 후반 급성장한 PC통신 서비스 ‘나우콤’의 대표이사는 90년대 후반 전반적인 금융 시장에서 어떤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회사 내의 현금 유보를 최대한으로 모아두어서 97넌 아시아 금융위기를 잘 넘어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도 있다. 사실 (나를 포함해서) 기술 배경을 가진 창업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회의 빠른 포착 vs. ’고슴도치’의 우직함
알토스벤처스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창업자는 스마트한 여우보다는 “우직한 고슴도치” 다. (Han River도 비슷한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우직함’은 “창업자가 ‘확신’을 충분히 가지게 된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시장과 주변의 noise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밀어 붙이는 의지, 그 기반이 되어 주는 자기 확신/자신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어떤 이야기, 변화의 흐름에도 눈/귀를 닫고 막무가내로 잘못된 방향과 목표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미련함”이 아닌.
그런데, 이 ‘우직함’과 ‘미련함’의 차이는 외견상으로는 종이 한장 차이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여우의 스마트함’으로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실제로는 ‘고슴도치의 우직함’인 사례도 많다.
“우직한 고슴도치”의 전형적인 사례인, 배달의민족, 마이리얼트립, 스푼라디오 사례도 있지만 (모두 알토스 포트폴리오), 발빠르게 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그에 잘 적응하여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낸 경우도 많다.
Uber는 애초에 ‘고급 리무진 중개 서비스’로 시작하였지만, Lyft의 초기 성장을 보고 바로 ‘일반 승용차 공유 서비스’ UberX로 주력을 전환하였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 잘 알고 있는대로다.
Bytedance 창업자가 Kuaishou 창업자로부터 중국 3/4선 도시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shorts 앱을 소개 받고, 바로 그 것의 1선 도시 버전 Douyin 서비스를 만들어 성공한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다. (이 것의 글로벌 버젼이 Tik Tok이다) 게다가, 이는 Toutiao (今日头条)라는 서비스로 이미 상당히 큰 성공을 거둔 이후의 대대적인 변신 (pivot)이다.
앞에 소개한 세이클럽도, 네오위즈가 먼저 OneClick 서비스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만든 두 번째 서비스이고, 이를 기반으로 IPO에 성공한 이후 Pmang 게임 포털로 또 한번의 큰 변신에 성공하여, 지금은 오롯이 게임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사례들이 모두 ‘고슴도치의 우직함’이 아닌 ‘여우의 스마트함’일까?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창업자의 ‘확신’ 여부와 그 실체, 그리고 그 ‘확신’ 이후 그 목표지점에 도달할 떄까지의 창업자 의지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하나의 ‘방향과 그 목표 지점’이 설정되고 그에 대한 ‘확신’이 서면, 그 이후에는 그 목표지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꾸준함과 의지를 가지고 밀어 붙이는 것이 ‘고슴도치의 우직함’이라는 의미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초기에 장기 목표 지점까지 다 확정짓는 것은 거의 대부분 가능하지 않다. 초기 PMF 기반으로 약간의 traction을 만들고, 그 위에 growth machine을 만들고, 그 growth machine 기반의 성장이 어느 tipping point를 넘어서는 지점이 되어야 비로서 최종 목표 지점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즉 전체 과정 자체가, 애초부터 ‘최종 목표에 대한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같은 길을 꾸준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의 성장과 창업자 스스로의 성장이 비슷한 패턴의 계단식의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이다.)
반면, 이러한 과정 없이 ‘근거 없는’ 초기의 자기 ‘확신’에 대하여 시장이 반복해서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이를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 붙이는 것은 ‘미련함’이다. (그 반대 사례로, ’만땅’ 배터리 교환 서비스로 시작하였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읽고 과감하게 정리하고 완전히 새로운 길로 방향을 잡고, 그 이후 이를 끝까지 밀어 붙인 스푼라디오의 예가 대표적인 ‘스마트한 우직함’의 예라고 본다.)
나의 생각은, (1) 창업자가 끝까지 ‘우직하게’ 밀어 붙일 수 있는 수준의 자기 ‘확신’을 가지기까지는, 지속적으로, 그리고 현명하게,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 기회에 주목하고 놓치지 않는 ‘기민함, 스마트함’이 필요하고, (2) 스스로 믿을 수 있는 ‘확신’을 가지는 단계를 지나면 그 이후에는 ‘끝’까지 밀어 붙이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써 놓고 보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요컨대 시장의 기회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놓치지 않도록 주목해야 하되, 그 방향과 목표가 정해지면 (창업자 스스로의 학습 & 성장 과정과 함께) ‘우직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정 단계 이후, 전략적 우선 순위 & 자원 집중의 중요성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사실 카카오톡의 현재 상태를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WeChat과 비교해 보면몇 가지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
가장 큰 것은, value capture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완결성을 가진 생태계를 내부에 구축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생태계가 꼭 소비자를 위해서 바람직한 구조라는 의미는 아니다.)
카카오톡의 기본 구조는, 메신저를 중심으로 몇 가지 Add-on 서비스가 loosely-coupled 결합된 형태이다. 이모티콘 판매, 채널로서의 플러스친구 등의 기능이 통합되어 있고, 간편결제로서의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형태의 유틸리티 서비스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플라이휠이 돌아가는, 완결성을 가지는 생태계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는 전략적인 우선순위와 그에 필요한 내부 구조 등을 top-down으로 드라이브하는 의사결정보다는, 각 사업팀 단위에서의 개별 서비스 기획들이 bottom-up 방식으로 취합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들 전체를 하나의 플라이휠로 묶는 (WeChat과 비견할만한) 생태계 구축까지 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이렇게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모티콘 판매, 플러스친구 등 주된 매출을 드라이브하는 기능들이 서로 전략적으로 유기적인 연관관계를 가진다기보다는, 독자적인 사업팀 단위로 기획과 운영이 이루어지는 구조 및 value prop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독보적인 사용자층을 가진 메신저임에도, 소위 슈퍼앱이라고 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 서로 큰 승수효과를 낼 수 있는 플라이휠, 완결성을 가지는 자쳬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것의 의미는, 소비자 대상 서비스는 일정 시점/규모 이후, 어느 정도 규모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플랫폼화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는, 서비스의 최종 목적지(end-game)와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우선순위,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자원 집중 등을 아주 전략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WeChat의 mini app 생태계이다. (물론, 그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는 WeChat Pay도 그보다 더 중요한 인프라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애플은 AppStore 정책상 모바일 앱 내에 별도의 앱 생태계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여 왔다. (Epic Games와의 분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당연힌 WeChat의 mini app도 이 정책과 맞지 않는 것이었고, 이 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Pony Ma 창업자를 포함한 최고경영진 전체가 애플 본사를 방문하여 Tim Cook과 직접 협상하여 이에 대하여 양해를 받아 냄으로써, 현재의 WeChat 내의 완결된 mini app + payment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이 협상을 이끌어 낸 어쩌면 더 중요한 요소는, ‘중국 시장 접근’이라는 애플의 전략적 니즈가 반영된 (애플의 베이징에 대한 메세지가 포함된) 전략적 타협이라고 본다.)
이만큼 눈에 띄는 예는 아니지만, Airbnb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적 확장 vs. 서비스 범위 및 깊이의 확장 사이에서, (제3자의 집을 단기 임대하는) 핵심 서비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신 지역적 확장 (특히 유럽 시장)에 공격적으로 집중하면서 빠른 시간에 글로벌 #1 position을 확보한 과정도 아주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의 한 예이다.
이러한 예를 보면, 서비스의 지향하는 목적지점까지 필요한 전략적 우선 순위, 그를 위한 자원 배분 등에 대하여 top-down 의사 결정와 그의 드라이브가, 소비자 플랫폼이 어디까지 성장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볼 수 있다.
AI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앱?
“이런 새로운 에이전트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앱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이 앱을 어떻게 마케팅해서 확산시켜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가장 먼저, 현재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들을 짚어 보면:
메신저:
OpenClaw 구조 AI Agent가 공통적으로 취하는 구조가 Telegram, iMessage 등의 기존 메신저 채널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모바일 앱을 만들어 소비자가 이를 설치하기를 기대하기가 극히 어려워진 최근 시장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초기 friction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 접점을 만들기에 적절한 구조이다.
하지만, 국내 환경에서는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Telegram, iMessage, WhatsApp 사용자 층이 넓지 않아 이들을 통한 신규 사용자 모집은, 새로운 모바일앱만큼 어렵지는 않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마케팅 비용/난이도를 가질 것이다.
카카오톡 역시 “카카오톡 특유의 폐쇄적 정책과 플랫폼 한계”로 인하여 이러한 연동이 ‘상당히 어려운’ 구조이어서, 현재 개별 기업이 AI Agent를 위한 채널로 자유롭게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큰 채널이다. 추가로, WeChat 같은 생태계 구조가 존재하지 않아서 외부 서비스 연동, 결제 지원 등의 환경을 각 서비스 별로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소비자 접점을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수 있다는 점 외의 특별한 플랫폼으로서의 큰 장점은 없다고 본다.
다른 모바일 앱에의 piggyback
(카카오톡과의 제휴와 비슷한 구조로) 다른 모바일 앱과의 제휴, piggyback을 통한 방식도, 새로운 모바일 앱 기반으로 새롭게 성장을 만드는 것보다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지만, 제휴 구조에 따라 제약이 아주 클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고객에 대한 ownership”을 확보할 수 있는가 이다. 고객에 대한 ownership을 직접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그 모바일 앱에 의존하여 생존하는 구조가 되어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에 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또, (제휴가 아닌) piggyback 방식에 의한 성장은, 상대 모바일 앱의 정책, UX의 변경에 따라 서비스 변경, 차단 등의 리스크를 계속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다른 플랫폼과의 제휴 기반으로 성장이 가능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있으니, 그런 구조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파트너와 어떤 제휴/piggyback 구조를 만들어야 할지에 전략적 사고가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새로운 모바일 앱, 데스크탑 앱
새로운 모바일/데스크탑 앱을 통하여 새로운 사용자를 모으는 과정은 지난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지만, 어쩌면 장기적인 성장과 스스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피할 수 없는 과정일 수 있다.
특히 Consumer 대상 모바일 서비스 중심으로 수많은 사례와 방법론이 공개되어 있으니 (Reforge, Lenny’s, Andrew Chen, SaaStr 등), 이러한 사례, 자료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써 놓고 보니 모두 너무 ‘당현한’ 설명일 수 밖에 없는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moat/플랫폼화를 지향하는 Consumer 대상 서비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생각이다.)
몇 가지 생각을 더 보태자면:
근본적으로는, AI에서 소비자 접점을 위한 별도의 모바일 앱을 굳이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크다. 새로운 앱을 소비자들이 설치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10여년 동안 수많은 소비자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가 마주해 온 큰 도전이었고, 현재는 10년 전보다 비용 측면, 구조적 측면 모두 10배 이상 어려워졌다고 본다. 이는, 이미 시장이 포화되어 소비자들이 더 이상 앱을 새로 설치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획득 비용 역시 10배 이상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웹이든 모바일 앱이든 대부분의 컨슈머 서비스는, 구조적으로 나눠보면 핵심 기능, 사용자 로그인, 그리고 관련된 거래 기록(예를 들면 쇼핑, 교육, 예약, 음식 배달 등)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 하나의 서비스로 번들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로 귀결된 과정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 구축 자체가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이 접하는/소비자를 충분히 확보한 서비스에 점차 여러 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게 되었고, 그러한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중앙 집중된 형태로 모여드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는 SaaS 툴이 현재와 같이 다양한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기능을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고, 사용자는 필요한 일부 기능을 위하여 전체 구독료를 내야 하는 구조로 발전한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AI 기반으로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히 (OpenClaw/Hermes 구조의)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변하는 주체가 되면, 굳이 이러한 구조로 모든 서비스 요소들이 번들된 형태의 웹 서비스, 모바일 앱이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OpenClaw 구조의 AI 에이전트를 통해서 여러 작업을 해 보면, 더더욱 개별 앱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없어지게 된다)
[Two Cents]에서 계속 주장하듯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AI 서비스가 headless 형태로 unbundle되고, 사용자를 대변하는 agent가 사용자가 원하는 바 (intent)를 이들 headless 서비스에게 전달되는 경로 (intent router)가 구축되는 구조로 변화하면, 현재 소비자 서비스에 통합되어 있는 로그인, 거래 기록 등의 정보가 모두 unbundle 될 수 있고, 이는 웹/모바일 앱이 별도로 필요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과제는, 만일 궁극적으로 그 방식으로 전환이 된다고 가정하면,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 어떤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까 이다.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하면:
Consumer AI의 소비자 접점이 어떤 형태 중심으로 구축되어 갈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년간 (최대 3-5년?) 시장에서의 신호, 소비자의 반응, 참여 플레이어의 전략 수정 등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는, (1) 기존 슈퍼앱 중심 (중국 중심으로 시도 중), (2) 새로운 슈퍼앱 (미국 중심으로), (3) 제3의 새로운 접점 (모든 시장에서 시도 중. 현재 수십종 등장한 “OpenClaw wrapper”가 대표적 예),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각 시장에서의 현재 상태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현재 (OpenClaw/Hermes 구조의) AI Assistant 앱/서비스들이 수십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대부분 OpenClaw 구조를 그대로 취하면서, 소비자 접점으로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은, 크게 (1) 기존 구조와 같이 메신저 채널 활용 (Telegram, 최대 iMessage까지 확대)은 대부분 기본으로 제공하고, (2) 자체 웹 페이지, 모바일 앱, 혹은 데스크탑 앱이 혼재 되어 있는 구조로 나누어진다. (다만, 중국에서 만든 AI Assistant들은 OpenClaw 구조를 그대로 따 오면서도, 메신저 채널보다는 웹 & 전용 모바일 앱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에서는 (1) 기존 슈퍼앱이 기존 생태계 내부에 (OpenClaw 구조를 가지는) agent를 (마치 자신이 새로 만든 agent인 척하며) 기존 슈퍼앱에 추가하여, 기존 서비스 사용 경로에 agent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을 주로 추진하고 있고 (예: WeChat, Alipay가 대표적), (2) 모바일 폰에 (역시 OpenClaw 구조를 가지는) AI Assitant를 (Siri의 위치에) 추가하여 모바일 폰 기반의 새로운 소비자 접점을 만들려 하고 있고 (예: Bytedance Doubao폰), (3)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모바일 앱 없이 AI agent만 모바일 폰에 탑재하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실험도 하며 (예: Step NeoX 폰), 아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및 국내 시장에는 그런 역할을 지닐 수 있는 슈퍼앱 생태계가 기본적으로 없다. (카카오톡이 국민메신저이긴 하지만, 자체 생태계를 갖춘 Super App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ChatGPT가 내부에 광고, 쇼핑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AI Super App이 되려는 시도를 하다가 잠시 주춤한 상태이고, 그 외의 다양한 (OpenClaw 구조의) AI Agent들이 Telegram/iMessage 채널 및 웹/데스트탑앱 기반으로 소비자 접점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OpenClaw 구조의) AI Agent 시도가 3-4개 등장하였지만, 구조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고 오히려 K-skill 등 독특한 국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agent skill 정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정도.
이러한 환경에서, 각 카테고리의 서비스들이 어떻게 진화할까에 대한 생각을 [Two Cents #92] Consumer AI 서비스 유형 및 진화에서 정리한 기준으로 정리해 보면:
쇼핑, 배달, 예약 등 “거래 (transactional) 중심”의 서비스는, 가장 빠르게 headless 서비스로 전환될 것이며, 이미 기존 주요 플레이어들의 전환 시도가 상당힌 많이 되고 있다. (미국 시장 중심으로) 그 가장 선두 주자로 Shopify를 꼽는다. 물론, headless 서비스 접근이 가능한 소비자 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유의미한 트래픽, 거래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환경에서는 기존의 dominant 플레이어 (쇼핑에서 쿠팡, 네이버)의 전략, 입장에 따라 그 진행 과정, 속도가 정해질텐데, 아직은 이 방향으로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 쇼핑 이외의 분야 (예: 음식 배달)은 이러한 전환을 시도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구조라고 판단되며, 쇼핑보다 먼저 이러한 인접 분야에서 먼저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
또, 당분간은 기존의 dominant 플레이어가 ‘agent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Computer Use”, CLI/API화 등) 이를 해결/우회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복잡한 거래 프로세스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 (유형 2)는 기존 웹 서비스, 모바일 앱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이는, 이들 서비스가 제공하는 value prop이 상당히 크고 그 성격이 1회성 “거래” 중심이 아니고 사용자와의 context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웹/모바일앱 서비스 구조를 벗어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인 데이터 기반 서비스, Personal AI OS 서비스” (유형 3)은 가장 빠르게 AI Agent 기반으로 전환이 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다만, 현재까지 AI Agent의 보급, 관련 인프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모바일 앱/웹 중심으로 서비스가 시작하고 있으며 (예: Apple 건강 데이터 등 기반의 AI health coach 서비스), 이는 AI Agent 중심으로 personalization data layer가 정착된다면 AI Agent에게 가장 먼저 흡수될 유형의 서비스이다. 개인 일정, 개인 금융 관리등의 기존 모바일 앱 서비스도 이에 포함된다.
“Externality data (예: 소셜 그래프) 기반 서비스” (유형 4)는 유형 2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모바일 앱/웹 형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이는, 그 기반이 되는 externality data가 어떤 유형으로 재구성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당분간 기존 구조 (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AI로 새롭게 가능해진 behavior 기반의 서비스” (유형 5)는, 현재로서는 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vs. 한국에서
한국 기반 창업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SaaS 혹은 B2B 솔루션이 아닌 Consumer 대상 서비스 분야의 창업은, 현재로서는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주된 이유로는:
서울 중심으로 아주 밀집되어 있는 (약 2,000만+), 비교적 균일한 특성의 (homogeneous) 소비자층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이를 잘 받쳐 줄 수 있는 IT 인프라
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국 기반 창업자들이 같은 문화적 맥락, 경제적인 환경, 기술적인 인프라를 공유하는 시장에서 본인이 가장 잘 이해하는 시장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많은 경우 직접 경험에 기반한 소비자 대상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가에 대해서도 시장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소비자 서비스를 실험하는 환경 자체로서는 중국 시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중국 시장 자체에 대한 이해, 언어 등의 장벽이 이미 높고, 또 오랫동안 강력하게 갖춰진 슈퍼앱 환경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점이 워낙 어려운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아직 슈퍼앱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 아직 가능하고, AI 기반 서비스에 관한 한 아직 파편화되어 있는 한국 시장이, 그러한 실험을 하기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기술 진보 단계 ‘뛰어 넘기’
또 하나 유념해야 될 것은, 많은 경우 기술의 진보가 단계별 진화에서 한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신용카드 결제 단계를 뛰어 넘어 바로 digital wallet 결제로 전환된 경우. (중국이 내연 기관 자동차를 뛰어 넘어 바로 EV 시장으로 전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예로는, 미국은 수표를 통한 송금 습관때문에 인터넷 뱅킹으로의 전환이 늦었다고 볼 수 있고 (여전히 수표를 통한 송금이 금액 기준 25% 정도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은 90년대 중반 ISDN 통신망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한국보다 브로드밴드 전환이 한발 늦어지기도 하였다.
AI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반드시 현재 다른 시장에서 이미 보편화된 이전 세대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들을 굳이 참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용카드 결제를 뛰어넘은 QR 결제, 수표를 뛰어넘은 인터넷 뱅킹 등 새로운 기술에 의해서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 행태가 가능해지면, 이전 세대 기술 단계를 굳이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I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사례를 찾지는 못 했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 굳이 기존에 있는 서비스를 개선, 새롭게 다시 만들려 하기 보다는, 그 단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소비자 행태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으로 바로 넘어 가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많이 등장할 것이라 본다.
이러한 고민, 시행착오, 경험과 생각의 공유가 Consumer AI 서비스를 열심히 고민하며 만들고 있을 창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할만 한 것이기를 바라며…
